본문 바로가기

About GOLF/GOLF : 골프 스토리

"가장의 역할"과 "골프"

반응형

직장 생활을 하는 가장의 경우 취미를 갖게 되면 실제로 즐길 수 있는 날은 주말 밖에 없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퇴근 후 취미 생활하는데는 시간적으로 쫓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래 전 골프를 시작하고 겪은 에피소드이고 나름의 극복기이다. 당시 루피와 같은 상황의 가장이고, 골프를 시작하는 중이라면 참고하시기 바란다.

 

이런 저런 이유로 골프를 시작하고 6개월 정도를 연습장을 정말 열심히 다녔다. 회사 생활 중 그렇게 열심히 정시 퇴근한 적이 없을 정도였다. 회사는 서울이고, 집은 인천인 관계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레슨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시간에 쫓기면서 열심히 배운 덕분에 어느 정도 골프클럽에 적응할 무렵, 라운딩을 나가기 시작했다.

 

골프를 배워야 했던 이유이기도 했지만, 주말에 흔히 말하는 비지니스 골프를 위해 골프장을 찾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한 달에 한 두번이지만, 새벽에 나가서 밤 늦게 집에, 게다가 제법 취한 상태로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골프를 시작하면서 아내에게 이런저런 상황을 설명하고 평일과 주말 연습을 열심히 할 수 있었는데, 레슨이 끝나고 나니 오히려 자주 주말에 라운딩을 이유로 집을 비우는 것이 집사람 입장에서는 점점 서운해지는 듯 했다.

 

게다가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 전이기에, 주말 나들이 하기에 더 없이 좋은 나이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런데, 라운딩이 없는 주말은 그나마 쌓은 실력을 유지하기 위해 인도어 연습장을 갈 수 밖에 없었다. 연습장이 끝나면 같이 운동하는 친구와 스크린도 한 판 치고, 점심도 먹고 헤어져 집에 돌아오면 2~3시경이 되곤 했다.

 

돌아와서는 눈치 없이 TV의 골프 방송을 켜 놓고 있다보니, 아내의 잔소리가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다. 어떤 경우에는 말다툼을 하는 경우도 생겼다.

 

루피 입장에서는 이미 시작한 골프이고, 업무상 필요하니 실력 유지를 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에 잔소리가 듣기 싫어졌다. 그렇지만, 어린 두 아이들과 한 동안 나들이 한번 안 나간 것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골프가 즐거운 취미가 아닌 눈치보며 하는 신경쓰이는 취미가 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만두고 싶었지만, 이미 루피는 골프에 빠져 있는 상태이다보니 어떻게든 해결을 해 보고자 고민을 했다.

 

그리하여, 라운딩이 없는 주말 아침은 일찍 인도어연습장을 가서 가족들이 일어나기 전인 9시이전에 집에 들어왔다. 라운딩이 있어도 끝나는대로 바로 오려고 노력했다.

 

그 때 당시 아내는 '그런식으로 얼마나 가는지 보자'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과거 루피의 주말 패턴상 쉬는 날 평일과 똑같이 일어나서 운동하고 돌아오는 것이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었단다. 하지만, 몇 년을 꾸준히 그런 식으로 가족에게 피해 안 주면서 골프 연습을 했다.

 

아침 일찍 연습하고 돌아온 이후는 아이들과 함께 외출하는 생활이 어느 정도 정착이 되었다. 사실 그런 식의 이른 아침의 운동은 힘들었다. 하지만, 마음 불편한 취미보다는 인정받는 취미로 즐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렇게 몇 년의 세월이 흐르고 나니, 아이들은 커서 주말에 학원이나 본인 친구 생일파티 등의 스케쥴이 생겨 가끔씩 온전히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이런 일정에 맞추어 루피도 친구들과 라운딩이나 스크린 등을 즐기다보니 자연스럽게 가장으로서의 생활과 취미가 공존하게 되었다.

 

지금도 아이들이 커 갈수록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많지만, 시간적으로는 점점 여유가 생기는 느낌이다. 아이들이 더 바빠졌기 때문이다.

 

 

오래 전 일이지만, 하필이면 왜 그때 골프를 배워서 잠시나마 좋은 남편, 좋은 아빠의 역할을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물론, 언제나 좋은 가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루피가 선택한 취미가 가족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생각은 지금도 하고 있다.

 

만약, 과거의 루피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골프 초보라면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더 부지런해 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가장의 역할도 때가 있지만, 골프도 빨리 배우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2년전부터 루피의 아내는 골프를 시작했다. 지금은 구박 받으며 보던 골프채널이 항상 켜져 있다.

 

골프를 시작한 후 줄곧 생각한 것이 '집사람과 같이 골프를 즐기는 것'이었기에 적극 추천하여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루피는 골프때문에 눈치 보는 일은 없다, 든든한 파트너가 생겼기 때문이다. 골프에 관한 것은 뭐든지 이해해준다.

 

요즘 루피는 최근에 골프를 배운 친구에게 이 방법을 전수해 주고 있다. 덕분에 내일 새벽에 인도어연습장에 가야 한다.

 

이렇게 "가장의 역할과 새로운 취미를 함께 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그 어려운 일을 골프를 즐기는 가장(家長)들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