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bout GOLF/GOLF : 골프 스토리

피하고 싶은 골프동반자

반응형

골프를 배우고 라운딩을 하다보면 다시는 같이 라운딩하고 싶지 않는 동반자들이 있습니다. 사실 그런 동반자들은 친구일수도 혹은 회사 동료, 지인 등 어느 부류에서나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나 자신도 그런 동반자가 아닌지 가끔은 돌아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골프다이제스트라는 잡지 속에 다시는 만나지 싶지 않은 동반자의 사례를 보다가 완전 공감하는 부분과 웃긴 부분이 있어서 공유해보려 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접대차 만났던 몇몇 "다시 같이 하고 싶지 않은 동반자들"이 있기는 합니다. 매번 절친들과만 라운딩 하는 것이 아니기에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같이 라운딩하는 거래처 혹은 같은 연습장 회원 중에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 한명쯤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루피는 이제 인내하지 않고 맘에 맞는 친구들과만 라운딩한다는 철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다섯편의 사례들이 소개되었습니다.

 

무한한 자비를 베푸는 자

여자 둘에 남자 한명이 그 날의 멤버였다. 사건의 전말을 밝히기 전에 셋의 실력을 말하면 조금 잘 맞으면 90타 후반, 조금 안 맞는 날이면 100타 초반으로 비슷비슷한 실력이었다. 그런데 이 남자 첫 홀에서 심각한 슬라이스로 OB가 나자 "죄송해요. 스타트 홀인데 한번만 더 치고 갈께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녀들은 첫 홀인지라 기꺼이 '오케이'를 줬다. 이후 이 남자 파3홀을 제외하곤 거의 매 홀에서 멀리건을 사용하는 게 아닌가. 심지어 한번 더 쳐도 되는지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스스로에게 무한한 자비를 베풀었다. 그래 놓고는 "나 이번 홀에서 파 했어!", "나이스 버디!" 그게 진짜 자신의 스코어인양 우쭐해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여자 둘은 속에서 천불이 났다. 그날 그녀들은 드라이버 샷부터 퍼팅에 이르기까지 어느것 하나  잘 맞는게 없어 심기가 불편했는데 이 남자 눈치까지 없다. "이런 개XX 내가 너랑 다시 골프를 하나봐라."

 

그의 드라마틱한 감정 기복

구력 1년인 그와의 동반 라운드는 이번이 두번째다. 당연히 드라이버 샷은 오늘도 들쑥날쑥이었다. 하지만 착한 성품을 가진 그이기에 나와 다른 동반자는 느긋하게 지켜봐주며 팁도 주고, 멀리건도 후하게 주었다. 골프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니만큼 그는 자기가 생각한대로 샷이 나오면 쾌재를 불렀고, 결과가 좋지 않을때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날따라 역시 샷이 내 생각대로 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슬슬 짜증이 날 무렵 그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골프를 하면 사람 성격이 나온다고 했던가? 잘 맞은 어떤 홀에선 "세번만에 온 그린 했어요! 이번 홀에서 파를 잡을 수 있겠는데요?"라며 하얀 치아를 드러내 웃으며 남의 속도 모르고 즐거워하더니 샷이 잘 안 될 때는 잔디에 화풀이를 해대며 성깔을 부렸다. 얼마나 얄미운지 깔깔대며 웃을 땐 그 입속으로 볼을 쳐넣고 싶었다.

 

넌 그냥 패션 테러리스트

제 아무리 패션 테러리스트라도 혹은 스타일링에 1%의 관심이 없다고 해도 누구나 소나기가 빈번한 변덕스러운 날씨가 예상되는 날이면 화이트 셔츠를 피하기 마련이다. '더티 섹시'라는 컨셉트도 상남자 이미지가 강한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남자 주인공인 톰 하디 정도는 되어야 그 피치 못할 상황에서도 그럴 듯한 그림이 나오는 거라는 얘기다. 그날 역시 한차례의 소나기가 예상되는 날이었다. 그는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네이비 팬츠에 화이트 피케 셔츠를 곱게 차려입고 카트에 앉아 있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후반 9홀을 시작하자마자 소나기가 한바탕 쏟아졌고, 그는 비를 피하지 못해 홀딱 젖어버렸다. 그리고 우려한대로 가슴의 주요 부위가 그대로 드러나 약간의 민망함 수준이 아닌 거부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는 그렇게 결코 섹시하지 않은 시스루 룩 덕분에 그날의 패션 테러리스트가 되어야 했다.

 

오늘은 부활절일세

지인 중에 'Mr.알'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가 한 명 있다. 그에게 이 별명이 붙은 건 OB가 나기만 하면 매의 눈을 피해갈 수 없을거라는 듯, 힘들게 공을 찾아낸 것처럼 명연기의 진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일명 '알 까기'다. 얼마 전에도 Mr.알이 친 공이 오른쪽으로 슬라이스가 나서 언덕쪽으로 날아갔다. 우리는 그의 나쁜 버릇을 고쳐줄 작정으로 공을 찾는 시늉을 했다. 그제야 그는 OB가 난 것을 인정하며 함께 페어웨이로 들어와 OB티를 향해 걸었다. 수십 미터를 더 걸었을 까? Mr.알이 소리쳤다. "내 공 여기 있어! 나무를 맞고 튕겨서 카트 도로를 타고 내려왔나?" 우리 모두 황당해서 실소가 터져 나왓다. 그날 이후 우리는 그에게 새로운 별명을 붙여주었다. '예수님'이라고. OB가 나 죽은 볼이 매번 부황하니 이만한 별명도 없지 않은가! 그 후에도 우리는 꾸준하게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달걀(=공)을 보고 있다.

 

'코미디빅리그'는 너나 찍으세요

나는 내 얼굴 찍는 일에 관심이 없다. 그다지 흥미도 없고 힘들 뿐이다. 그래서 내 휴대폰에 정장된 것이라고는 음식과 풍경 사진 정도다. 사실 '셀카'뿐 아니라 사진 찍히는 것 자체가 좀 부담스럽다. 나는 그냥 그런 유형의 사람이다. 이런 내게 최악의 동반자가 있다. 매번 라운딩 나갈 때마다 단체사진을 찍길 바라는 사람이다. 심지어 그는 최대한 코믹한 표정과 제스쳐를 제안한다. 캐디는 이런 그 때문에 배꼽을 잡으며 웃지만 그때마다 나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어진다. 내 나이 어느덧 마흔 중반에 접어들었다. 어느 날은 상대를 티잉 그란운드에 눕힌 후 입에 티를 물게 하고는 볼을 올려놓는다. 그리고 그는 어드레스를 취한다. 그 유치한 사진은 여전의 그의 SNS에 업로드되어 있다. 그런 사진을 찍고 매번 흐뭇한 미소를 짓는 그를 다은 파트너들은 몹시 부끄러워한다는 것 그만 모른다는게 가장 큰 문제다. '내일 그는 또 어떤 엽기 사진을 찍기 위해 열을 올리려나?'

 

루피는 개인적으로 '오늘은 부활절..'이 가장 와 닿아 많이 웃었습니다. 사실 이 외에도 라운딩 나가면 정말 화내고 싶은 유형들 많습니다. 동반자에게 끊임없이 지적질하며 잔소리하는 스타일, 남이 실수했을 때 상기시키면서 열 받게 만드는 스타일, 샷 하기 전에 부정적인 말로 분위기 망치는 스타일, 쓸데없이 바람잡는 스타일 등 피하고 싶은 유형의 골퍼들은 정말 많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이마에 써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같이 라운딩하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다시 말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필요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