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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GOLF/GOLF : 골프 스토리

재미있는 벙커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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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코스 중에 골퍼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 중 하나가 벙커이다. 루피가 아는 벙커는 "페어웨이 벙커와 그린 벙커" 이 두가지만 알고 있었는데, 우연히 접한 골프잡지에서 벙커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아는 벙커란 "들어가면 안되는 어려운 골프코스"라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을 해보지 못했는데, 글을 읽다보니 감탄사가 나오기까지 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과거에 벙커들을 보면서 벙커들의 모양은 어떤 기준으로 만드는지 궁금했었던 생각이 난다. 어떤 벙커는 둥그럽고, 또 어떤 벙커는 땅콩 모양이고, 어떤 것은 긴 바게뜨 빵 모양으로 천차만별인 이유가 궁금했었다. 그냥 만들다보니 그런 것이겠거니 했지만, 이제보니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기능과 골프장의 아름다움을 위한 설계였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 벙커는 설계자로부터 각각의 기능을 부여받아 제작된다고 한다. 크게 5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이는 정확성, 보호성, 안정성, 볼이 갈 방향에 대한 지시, 단순한 미학의 기능을 부여받는다.

 

정확성이란 골퍼가 정확히 샷을 했을 때 보상을 주고, 이를 지키지 못했을 때는 위험요인이 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벙커가 정확성을 염두에 둔 계이다. 포트 벙커(POT BUNKER), 클러스터 벙커(CLUSTER BUNKER), 컬렉션 벙커(COLLECTION BUNKER) 등이 이에 해당한다.

 

 

포트 벙커(POT BUNKER)는 이름 그대로 둥글고 속이 깊은 냄비 등을 생각하면 된다. 이 포트에 빠지게 되면 탈출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벙커가 깊이고 그린을 향하는 쪽의 턱은 사람 키보다 높은 경우도 있다. 상식적으로 샷을 해서 나오기에는 각도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에 아무리 높은 로프트의 클럽으로도 탈출은 거의 불가능하다. 유일한 방법이라면 그린과 반대쪽의 다소 낮은 턱쪽으로 탈출하는 수 밖에 없다. 잘못된 스윙에 대한 가장 심한 벌인셈이다. 포트 벙커를 발견하면 아마추어는 무조건 피하는 것이 최상책이다.

 

 

클러스터 벙커(CLUSTER BUNKER)는 벙커들이 무리지어 있는 곳을 말한다. 정비된 벙커들이 연달아 붙어 있거나 거의 인접해 있기에 어설픈 벙커샷으로는 다른 벙커로 이사만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어설프지 않은 완벽한 벙커샷으로도 눈에 보이는 기관총 폭격 맞은 듯 사방에 깔린 벙커를 탈출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완벽한 샷에 대한 자신이 없다면 당연히 피해야 하는 곳이다.

 

 

컬렉션 벙커(COLLECTION BUNKER)는 페워웨이 옆에 위치하여 티 샷을 유도해주는 벙커이다. 일반적으로 도그렉 홀 안쪽에 있어 볼이 홀을 벗어나는 것을 막아주지만, 페어웨이의 경사가 벙커쪽을 향하게 설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도그렉을 공략하기에 최적의 방향은 꺽어지는 지점에서 홀 쪽에 가까운 곳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데, 이 곳에 있는 벙커이다.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너무 안쪽으로 굴러갈 때 OB존으로 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결국은 이곳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남은 거리가 좀 더 길어지더라도 꺽어지는 곳의 바깥쪽을 노리는 수 밖에 없다.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골퍼가 이 벙커에 빠지는 경향이 오히려 높다. 도그렉의 꺽인 부분 가운데로 볼을 보내더라도 굴러서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 밖에 그린의 바로 앞에 위치한 페이스 벙커(FACE BUNKER)도 있는데, 이 벙커는 그린의 위치를 알려주는 동시에 그린에 올리지 못한 경우 벌로서 벙커샷을 감수해야 한다. 무조건 한 클럽 긴 채로 높은 탄도공략하는게 최선이다. 골퍼의 실력을 한번 보겠다는 설계자의 의지가 엿보이는 벙커이다. 

 

보호성은 볼이 더 나쁜 곳으로 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것을 말한다. 이런 벙커는 볼이 코스를 벗어났을 때 샷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지역으로 가는 것을 막아주기 위해 설계된다. 볼이 이탈할 경우에 만나는 곳이 바위지대이거나 자갈밭인 경우 초보자들을 위해서 넓은 모래 지역을 만들어서 보호해주는 것이다.

 

 

 

 

안정성은 보호성과 비슷한데, 페어웨이나 그린 주변에 위치해서 날아온 볼이 굴러 해저드나 OB지역으로 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 세이빙 벙커(SAVING BUNKER)이다. 미스샷으로 인한 볼의 이탈을 방지하는 것이 이 벙커의 임무이다. 골퍼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벙커라고 할 수 있다. 세이빙 벙커는 존재하는 것으로 안정감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럴 수 있는 개연성이 높은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골퍼들의 경우 반 이상은 이 벙커에 빠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미스샷을 한 경우에 고맙기는 하지만, 벙커가 반가운 골퍼는 없다.

 

 

볼이 갈 방향을 지시하기 위해 만드는 벙커도 있다. 티 샷을 할 때 공략을 위한 가장 좋은 방향을 알려주는 타깃 벙커(TARGET BUNKER)이다. 즉 이 벙커를 향해 티 샷을 한다면 세컨 샷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멀리 있기 때문에 벙커를 향해 티 샷을 한다고 해도 벙커에 빠질 염려는 없다. 지금까지 설명한 벙커 중에 가장 좋은 벙커이다.

 

 

타깃 벙커와 유사한 기능을 가능 캐리 벙커(CARRY BUNKER)도 있다. 캐리 벙커도 마찬가지로 세컨 샷에 유리한 방향을 알려준다. 정확히 말하면 캐리 벙커가 있다면, 이 벙커를 넘기면 세컨 샷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물론, 캐리 벙커는 미스샷이 아닌 경우 대부분 넘길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미적인 기능을 살린 벙커의 경우는 위의 벙커들을 포함해서 많은 골프장에서 조경과 함께 구성한다. 108개의 벙커를 가진 골프장도 있고, 72개의 벙커가 있는 골프장도 있다. 숫자적인 의미도 있지만, 벙커의 배열을 통해 아름다운 홀을 만들기 위한 시도이다. 웨이스트 벙커(WASTE BUNKER)의 경우도 이런 경우로 볼 수 있다. 홀의 중간을 황무지와 같은 웨이스트 벙커를 만들어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황량한 웨이스트 벙커는 모래 벙커와 달리 그냥 흙 바닥 같은 곳이다. 만약 이 곳에 볼이 떨어진다면 페어웨이나 러프에서 샷하듯이 그냥 치면 된다. 클럽이 지면에 닿아도 상관없다. 잔디없는 땅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즉, 벙커라는 이름으로 겁만 주는 벙커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벙커에 대한 잊지못할 기억이 있는 골프장은 제이드팰리스골프장이었다. 72개의 벙커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기도 전에 두려움에 떨면서 도착한 골프장은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옴과 동시에 벙커만 보였다. 다행히 요리조리 벙커를 피하면서 라운딩을 하는 중 일행 중 한 분이 오늘 알게 된 '글러스터 벙커'에 빠졌다. 정확히 다섯번의 벙커샷만에 탈출하는 광경을 봤다. 탈출 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더니 그날 라운딩은 완전히 망쳤다. 

 

하지만 루피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린 옆에 있는 벙커에 빠졌다. 포트 벙커였다. 마치 원기둥을 사선으로 잘라놓은 모양의 벙커는 그린 쪽의 높이가 루피 키보다 컷다. 이걸 치라고 만든건가라는 황당함에 망연자실하고 있었더니, 그 벙커는 로컬룰로서 볼을 벙커내 원하는 곳으로 옮길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높이 솟아 있는 벙커 벽에서 가장 멀리 볼을 이동한 후 샷을 했으나, 무모한 선택이었다. 결국 뒤쪽 페어웨이로 벙커샷을 한 후 다시 시도하여 그린에 볼을 올릴 수 있었다. 오늘 글을 읽으며 포트 벙커가 왜 '죽음의 벙커'라고 불리우는지 과거의 기억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골퍼들을 괴롭히는 벙커가 거의 없는 골프장은 솔직히 재미가 없다. 위험이 있고, 이를 피해 그린에 도착하는 것도 골프의 재미라고 생각한다. 초보 시절에는 그린까지 도착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지만, 몇 년만 지나면 루피의 말을 이해할 거라 생각된다. 쉬운 예를 들면, 스크린 골프장에서 아주 쉬운 코스를 계속 치면 재미가 빨리 없어진다. 벙커도 많고, 페어웨이도 좁고, 거리도 긴 난이도 높은 골프장은 상대적으로 실증이 덜 난다. 분명 벙커도 골프의 재미를 위한 장치인만큼 극복하는 과정을 즐기는 것도 좋을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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